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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시 내가 그 얼굴을 아름답게 생각했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 얼굴의 아름다움을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다. (pg.21)

왜 그런 것일까? 왜 예전에 아름답던 것이 지나고 보니, 그것이 추한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느닷없이 깨지고 마는 것일까? 상대방이 그동안 내내 애인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왜 행복한 결혼 생활의 추억은 망가지고 마는 것일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우리는 행복했다! 행복이 불행으로 막을 내리면 때로는 행복에 대한 기억도 오래 가지 못한다. 행복이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때에만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고통을 잉태한 것들은 반드시 고통스럽게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 의식적인 고통이든 무의식적인 고통이든 간에? 그러나 무엇이 의식적인 고통이고 무엇이 무의식적인 고통인가? (pg.52)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보인다. (pg.53)

"'내 생각으로는'? 너 네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다고 말하려는 거지? 넌 내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어. 넌 그렇게 할 수 없어." (pg.67)

"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걸 좋아해." (pg.74)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럴까? 나는 젊었을 때 지나치게 자신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자신 없어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 자신을 너무 무능력하고 초라하고 보잘것없다고 여기거나, 아니면 스스로 전체적으로 보아 성공했으니 모든 일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느낄 때는 아무리 큰 문제도 해결해내곤 했다. 그러나 더없이 작은 실패 하나도 나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신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신감을 다시 얻는 것은 결코 성공에 따른 결과는 아니었다. 내가 이룬 것은 나중에 비교해보면 내가 실제로 해낼 수 있다고 기대하거나 남으로부터 인정을 기대했던 것에 비참할 정도로 못 미쳤으며, 그리고 내가 그것을 실패로 느끼느냐 아니면 성공으로 느끼느냐는 오로지 나의 기분 상태에 달려 있었다. (pg.89)

그해 여름은 우리 사랑의 활공 비행이었다. 아니 그것은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한나를 향한 나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에 대한 그녀의 사랑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pg.93)

나는 그녀를 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부인이 배반의 보이지 않는 한 변형임을 알고 있었다. (pg.98)

"넌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니, 아니면 말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거니?" (pg.101)

우리는 함께 공유하는 생활 세계가 없었으며, 그녀는 그녀 인생에서 내게 허용하고 싶은 만큼의 자리만 내주었을 뿐이다. (pg.102)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최후의 보루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함께 익사하려는 것 같았다. (pg.105)

그러나 나는 그것이 그녀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서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pg.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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